유체이탈(1편)

흠....오래된 이야기인데...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빈번한 가위눌림에 시달렸습니다.

증상은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주위의 소리가 들리고 현실을 인지하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어떤때는 귀신인지, 헛것인지 이상한 것도 보았죠.

고3 때까지 계속 시달리다가......나중에는 무덤덤해지더군요....

가위 눌렸을때 빨리 깨어나는 법도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조금씩 가위눌리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3 때 다니던 독서실의 주인아저씨와 친하게 지냈었는데...

그 아저씨는 각종 종교에서부터 무속신앙, 미신까지 아우르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분이었습니다.

그 아저씨가 보던 책을 잠시 보았었는데....제목이 [탄드라비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책 내용은 인도의 수행자들이 해탈하는 방법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수행하는 자세, 호흡법, 미간에 있는 제3의 눈, 유체이탈......뭐 이런 내용들이었지요.

기억하기로는 수행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유체이탈을 자유롭게 한다고 읽었습니다. 그 책이 묘사한 유체이탈은 뭐... 꿈과 현실의 중간에서 부유하는 ...그런 느낌으로 묘사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대학에 들어가고 신입생답게 매일 술퍼마시며 살았습니다.

가위눌림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고...그렇게 술만 퍼마시면서 살다가....

너무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몸이 조금 축났었습니다.

학교도 못가고 집에 누워있는데.....

방바닥이 내 몸을 집어 삼키는 느낌이 들더군요...

가위눌림이 시작되었고.....전 무덤덤하게 '오랜만이네...'라는 생각으로 그냥 누워있었습니다.

방바닥에 몸이 녹아서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가 다시 방바닥위로 몸이 떠오른 것을 여러차례 반복했습니다.

마치 방바닥이 물이 되었고.....저는 그 물위에 둥둥 떠 있어서 물속에 잠겼다가, 떠올랐다가를 반복하는 느낌이었죠.

그러다가 가위눌림이 끝났는데.....

한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유체이탈!

방바닥을 뚫고 들어갔다가 다시 솟구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내 영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게 바로 유체이탈이겠구나....생각하게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가위눌리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가위눌려서 유체이탈 한 번 해보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품은 것이죠.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한 결과 가위눌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담배!

삼일동안 금연을 했다가 한대 피우면 머리가 핑돕니다. 그 때 바로 뜨거운 방바닥에 드러눕는 것입니다. 

담배의 환각작용?에 의지해서 가위눌림에 성공한 저는 유체이탈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마음속으로 '유체이탈하자!'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바뀌는 것은 없더군요. 오히려 유체이탈이라는 추상적인 무언가에 집중하다보니 가위눌림이 빨리 풀어져버리기도 하더군요.

그렇게 몇차례 시도하다가 군입대를 했습니다.

신병훈련소에서....

누구나 그렇듯이 피곤해서 미칠 것 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취침중에 의도하지 않게 가위눌렸습니다.

'아.....군대에서도 가위눌리고 g랄이네...'라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렸을때........

 무언가가 저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더군요.

갑자기 눈앞에 관물대가 보이더군요. 관물대는 상체를 일으켜서 앉아야 볼 수있는 것인데....나는 움직이지 않았는데...살짝 당겨지는 느낌만 있을 뿐이었는데.....앉은 상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뭔가....하고 있다가 갑자기 또 당겨지는.....당겨진다기 보다는 쑤~욱 하고 미끄러지는 느낌이 더 정확하겠네요....하여튼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다시 내눈에 들어온 것은 훈련소 막사 내부의 전체 모습이었습니다. 

매일 보아 온 막사 내부이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는 모습......

나의 시선이 천장 바로아래에서 막사를 내려다보는 모습이었죠......

내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무서워지더군요.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싱겁게도 아무일 없이 저는 깨어났고....여전히 누워있는 상태였습니다.

머리가 복잡하더군요....가위눌림으로 이런 공포를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고...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때 불침번 교대 시간이 되었는지 근무서던 불침번이 제 옆에서 자고 있던 친구를 흔들어 깨우더군요.

문제는 그때 발생했습니다.



다음회에 이어서 하도록 하지요.....일단 자야겠네요.

2편....추천베스트 올라갔네요...


Author

Lv.99 유북지기  최고관리자
1,267,164 (100%)

등록된 서명이 없습니다.

유머게시판 베스트

글이 없습니다.

Comments Close